서영은
내 기억으론 처음 학기? 그 다음 학기?
학과에서 독서토론회를 참가하면 책을 준다길래
참가해서 넙죽 받아둔 책이 있었다.
우선은 「먼 그대」만 읽었고 그것만 써 두긴 하겠지만,
사이언스21에서 나온 선집이다.
「먼 그대」 말고도 「사막을 건너는 법」, 「사다리가 있는 창」의 두 작품이 더 수록되어 있다.
「먼 그대」는 1983년도 제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서영은 작품답게 문체 자체는 부드럽게 읽어 나갈 수 있지만 중간마다 -특히 낙타 얘기가 나오는 부분 같이- 음? 하고 뒤로 돌아가 다시 곱씹어야 할 필요성도 생기긴 한다.
(+큰 틀은 분명 다르지만 이것은 내가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어려워했던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타이밍에서 등장하든 동물에 대한 비유를 꽤 어려워하는 것 같다.)
「먼 그대」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문자에게 그 어떤 애정조차 보이지 않고 착취하려는 속물적인 모습을 가진 유부남, 한수가 등장한다. 그런 한수를 사랑하며 겪는 어려움도 문자는 극복하여 높은 곳으로 닿고자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괄시받는 노처녀로 묘사되는 문자가, 작품 내에선 그 누구도 감히 상상치 못할 절대성과 초극을 추구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연출은 좋다 생각한다. 그러나 옛날 작품답게 '요즘 가치관으론 이해하기 힘들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80년대 소설이라 남녀 관계가 섞여 표현되었을 뿐, 작가가 만약 80년대에 태어나 00년대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면 극복해야 할 고난과 주어지는 고난도 다른 형태로 나타났으리라 믿는다.
오히려 요즘 나왔으면 한수라는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자아의 갈등에 더욱 초점을 두고 쓰여질지도 모르고.
머나먼 그대. 멀어지는 신의 등불을 언제까지고 사람 하나로 두고 살 순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