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3부 마바타 쿠우타


외관
미용실에 들르는 것조차 귀찮아진 것이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었다 싶으면 가끔씩 가서 짧게 치고, 다시 멋대로 기를 때까지 내버려뒀다. 지금처럼 삐죽하고 대충 반묶음한 단발은 자르기 직전의 모습에 가까웠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라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였으나 옅게 부질없는 듯한 티가 났다. 그래도 머리카락과 눈은 짙은 청남색 그대로였다.

미숙한 모습이 병아리 같았다면, 지금은 어린 동물에 비유하기도 어려워졌다. 천진한 비유를 들이밀기에 마바타 쿠우타는 충분히 지쳤다. 총명함과 성실함은 분명 남아 있을 테지만, 그걸 내보일 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살짝 둥글어 보이던 안경을 각진 것으로 바꿨으니, 이 때문에 더 딱딱해 보이는 것일지도.

겨울이면 패딩 바지에 패딩 부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촌스러운 패션이 어느 때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카라 있는 셔츠 위에 깔끔한 스웨터, 두껍고 커다란 단추가 달린 코트, 안에 털이 달리고 굽이 높은 겨울 워커 등…. 왼쪽 팔에는 팔찌를 두 개 걸었다. 하나는 아주 예전, 나비가 물어다 준 검푸른 보석이 달린 팔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프로디테의 눈물이 맺힌 가죽 끈 팔찌. 누군가를 닮은 색의 모조 보석의 일부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기념품 같은 팔찌였다. 허나 여전히 들고 다니는 것은 많고, 쿠우지(뜸한 연락에 잊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덧붙이자면, 그의 비싼 망원경의 이름이었다.)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가끔 예전 생각이 나고 말지도, 역시 모르겠다.
성격
냉소주의 / 장난스러운? / 불안한

열정은 머나먼 겨울처럼 전부 얼어붙은 지 오래다. 마바타 쿠우타가 다른 이들보다 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것보다는, 볼멘소리나 던지고 신경 끄는 것이 더 편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세상은 바꾼다고 바뀌지 않는다. 자신 역시 고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관계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도 진척은 전혀 없었다. 어떠한 노력이든 의미 없는 발버둥이고 몸부림 같았다. 일찍 알았다고 해서 무언가 극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을 테지만, 관계를 진즉 놓아버릴 수는 있었을까.

그러나 모든 관계를 끊어낼 수는 없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척’을 해야 했다. 마바타 쿠우타는 종종 의미 없고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생각 없이 들어 넘기면 재미있다고 말할 만한 사람이었다. 허나 한번 더 생각해서, 돌이켜보면 그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의 촌철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괴롭혔다. 낡아빠진 자학 개그 코드는 한순간의 요깃거리일 뿐 별다른 반향을 낳진 못했다. 귀에 스치고 지나가다 가끔 생각하면 왜 그럴까 싶은, 한심한 데드 카피.

태양이 뜨면 별이 보이지 않는다. 인공 태양이 뜨면 가짜 별도 설 자리를 잃는다. 그의 모든 발자국이 싸구려 양초에 붙인 촛불처럼 흐릿했다. 뱉은 말은 주워 거둘 수 없고, 쏟은 물도 주워 담을 수 없다. 엎질러진 관계와 깨져버린 물병 앞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내가 그렇지 뭐. 불안은 냉소와 어깨를 맞대고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는다. 무엇보다 시린 이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녹지 않을 만년설처럼.
특징
준비하던 명문고(카이세이 고등학교, 도쿄에 위치한다.)의 입시를 그만두었다. 이과 계열로는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학교로, 그가 지망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나… 입학 시험을 며칠 앞두고 돌연히 부모님께 ‘시험을 치지 않겠다’고 선언. 물어보지 않는 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Y시 고등학교로 진학.

고등학생이 되던 해부터, 출석한 날을 세는 것이 더 빨라졌다. 그러나 시험 기간에는 꼬박꼬박 출석해서 놓치지 않고 시험을 봤다. 그동안 공부한 것이 있으니 당연히 상위권. 그런 만큼 중학생 때까지 모범생으로 지내왔던 그였기에, 추측이 자자했으나… 본인이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소문이 자주 돌았으나 그리 놀랄 만한 반응은 아니라는 듯. “쟤, 학교는 안 나오면서 시험은 꼬박꼬박 잘 보는 거 뭐야? 좀 재수 없다….”, “그러게. 이미 배울 내용 다 배운 것 같던데, 시시해서 안 나오나 봐.”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슬슬 질렸는지, 3학년으로 채 한 달을 채우지 못한 때 자퇴했다. ‘진로는 정한 바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는 가볍게 긍정했다.
고입 준비 때의 일로, 부모님과는 사이가 살짝 틀어졌다. 자신을 위한 걱정이었으므로 미워할 수는 없었지만 좋아할 수도 없던 것이 사실. 쌍방 모두 화해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여전히 갈등은 응어리진 상태다.

학교를 가지 않을 동안, 혼자 또는 이모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유명한 곳이라면 다 가봤을 정도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학교 가는 발걸음이 뜸해지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건 아마도 이 때문. 작은 대회에서 몇 번 상도 받았다. 곧 다가올 신춘 문예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는 듯.

일말의 자유를 제 손으로 거두고 싶지는 않았다. 호시미도키는 고등학교 입시로 분주했던 3학년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두었다. 본격적인 학습 관련 내용은 그만두고, 여유롭게 별이나 보러 다니는 활동으로 필수 활동일을 채우는 식이었다.
기타
arrow_upward